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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돈 얘기

쉽게 자극받고 만다. 나라는 인간.

지금은 새벽 1시 12분. 매일 빠짐없이 일본어 공부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한 첫날. 나는 하지 않고, 이러고 앉았다.

쉽게 자극받고 만다. 나라는 인간. 요즘은 왠지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대접받지 못하면서 일본이란 곳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 그러니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난 그럭저럭 괜찮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아주 이쁘장한 딸도 태어나서 엄마,아빠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주고 있다. 업무도 어렵지 않다. 과도하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 놀고 있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탓 반, 남 탓 반으로 인생이 좀 비루해져 있다고 느낀다.

(비루해져 있다,고 스스로 적고, 나 자신에게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져 버리고 말았다.)

근무시간 약 8시간. 정확히는 7시간 반. 일본 법인은 한국본사와 달리 30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한다. 요즈음, 그 7시간 반의 시간중에 1시간 이상은 잡답을 하는 시간으로 버려진다. 그래, 버.려.진.다.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시간들이 버려졌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매일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돈 얘기로 칠갑하면서 버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아, 돈을 벌어야 되는데” 라던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꺼내면서, 이 버려지는 시간이 시작된다. 주식이다, 편드다, 환차익이다, 부동산이다, 중국이다, 미국이다, 이명박이다,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대화의 지루함의 지리멸렬한 핵심은 그저 “대박”이다. 이 욕망. 한 번에 큰 돈을 벌어서, 비루한 - 기분이 나빠지고 마는 - 이 인생을 청산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고 요원한 길이다. 가능성은 분명 희박한데, 이 잡담자(雜談者)들은 그 가능성의 희박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늘 마음속에 한숨을 남긴다. 그리고, 다시 주식이다, 펀드다, 환차익이다, 부동산이다, 돌고 도는 주제로 다시 돌아 들어간다. 이루기 힘든 것을 욕망하는 것. 그리고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을 버려가며 지루한 잡담의 수레바퀴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들어가는 것. 그것은 마스터베이션이다. 자위. 딸딸이. 자위 후에 남는 것은 허망함 뿐이지. 사랑하는 여자(혹은 남자)를 안고 그 살덩이의 부드러움, 혹은 단단함을 느끼며 절정에 오르는 충족감이 없이, 그저 자위만 하고 더 허무해져 가는 것과 같은 것이지. 하기사, 품에 앉을 이성이 나타나주질 않으니 그저 혼자서 하악하악 욕망의 숨소리를 내 뱉을 수 밖에. 우리들의 돈에 대한 잡담은 그런 것일 수 밖에.

나도 로또를 꿈꾼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겠지. 로또로 인생을 바꾸는 꿈. 그러니까 ‘로또’는 그 6개의 번호를 맞추는 ‘로또’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로또’, ‘대박의 꿈’. 하지만, 매일같이 반복하는 이 돈 얘기. “아, 돈을 벌어야 되는데”라고 시작하는 이 대화는 너무 지겹다. 이 대화에 끼어있다보면, “나도 얼른 돈을 벌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하고 있게 된다. 그리고, 내 인생이 너무 보잘것 없어보이기 시작하고, 돈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서둘러 대박을 노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동시에, 끊임없이 돈, 돈, 돈을 벌어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저 잡담자들의 군상을 바라다보고 있으면, 그렇게나 없이 살아왔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생각이 이 쯤에 이르르면 조금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삶고 크게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더더욱 그러하다.

나와 가족의 평생을 책임질 돈이 필요한걸까. 그 평생을 책임질 직업이 필요한걸까. 요즘은 “목수”나 “원예가”라는 이름을 동경하고 있다. 낮시간, 몸을 움직여 일하고, 저녁시간 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그렇게 매일같이 몸을 움직이며 평생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삶이 왠지 부럽다. 사무실에 앉아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옷을 벗고 직장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라는 건, 당연하고도 일반적이지만 왠지 서글프다.

돈이 있어야 삶이 윤택해지리라 믿어 의심치는 않지만, 그 놈의 지겨운 돈 얘기에는 뇌가 푸석푸석해지는 느낌이다. 돈 얘기보다는 삶에 집중하도록 해야지. (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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