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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에코

논문 잘 쓰는 방법2

논문 잘 쓰는 방법악평을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은 실제로 논문을 쓰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일이다. 저자는 논문작성의 각 단계를 기술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활용가능한 실례까지 꼼꼼히 갖추어 놓았다. 나는 실제로 논문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자세한 논문 작성법을 읽을 때 가끔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고 솔직히 밝여야겠다.

이 책은 논문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이다. 그 용도로 따진다면 요리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의 논문 작성과 맞지 않고, 에코 스스로도 이공계열의 논문 작성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지만, 논문이 아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목표를 달성할 실질적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25년간 빵을 구워온 제빵사가 “빵 잘 만드는 방법“이라는 책을 썼다면, 이 책과 비슷할 것이다. 평생을 보도 사진만 찍어온 사진작가가 “보도사진을 찍는 법”이라는 책을 썼다면, 이 책과 비슷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오랜기간 현업에 종사했던 실무 담당자가 직무 경험을 기술한 책이다.

책은 자신의 직무 경험에서 좀 더 나아간다. 바로 움베르토 에코가 논문을 작성해 본 학자이자, 학생들의 논문을 심사하는 교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문 작성을 위해 잘 정리해 놓은 메뉴얼을 기반으로, 학생은 어떤 논문을 써야 하는가에 관한 전략서를 기술하고 있다. 나는 메뉴얼전략서를 굵은 글씨로 강조하였다. 이 둘은 책의 첫번째 궁극적인 목표이다. 에코는 눈문 작성의 단계를 나누고, 이들의 중요성을 기술하고, 실례(實例)를 늘어놓는다. 이 모든 것이 촘촘한 그물처럼 전개되어서 반박의 여지조차 없어보인다. 이것은 “3.2.4.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하나의 실험”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열악한 제약조건 하에서 어떻게 논문의 주제에 부합하는 참고서적을 찾을 수 있는가. 에코는 머리로 계획하고 발로 뛰어서, 참고문헌 조사가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의미있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논문 잘 쓰는 방법“은 완벽한 실용서로써의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많은 미덕을 보여준다. 에코의 팬이라면 그의 논리와 유머가 매력적인 글솜씨를 통해서 드러나 있으리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게다가, 각 장에서 스스로 논쟁이 될 부분을 지적하면서 에코 자신이 선택한 방법론과 방향이 어째서 의미가 있는 작업인지를 설득하는 과정을 읽어 나가면서, “역시, 에코!”라는 감탄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논문 이외 분야에의 적용가능성은? 있다. 논문 작성에만 활용하기에는 이 책이 너무 아깝다. 프로젝트라면 어떨까.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그 참여자라면 프로젝트의 목표설정과 달성 방법을 체계화하는 중요한 가이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많은 예를 참아내는 인내심”과 “그 무관해 보이는 예(例) 속에서 프로젝트와의 관련성을 발굴해내는 창의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논문 잘 쓰는 방법

논문 잘 쓰는 방법천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거운 짐은 하나 둘 내려 놓았다. 오른쪽 눈은 여전히 무겁다. 이 녀석은 그 짐과 크게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논문 잘 쓰는 방법을 읽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책이다. 무슨 논문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요리책 류의 실용도서에 뒤지지 않는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겨우 43 page째 읽고 있으면서, 책을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다만 조그만 소회所懷랄까…

책을 읽어가는 중에, 내 대학 생활이 문득문득 떠 오르는데, 난 참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제서야 겨우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준비가 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오랜만에 책을 드니, 감회가 새로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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